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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츈
2012년 9월 6일 목요일

오늘은 병가를 내고 치과를 다녀오는 날이었다. 복무기간안에 수수을 받으려 했지만 내 뜻대로 되지 않아 남은 병가를 하루씩 통크게 쓰기로 마음먹었다. 늦게 일어나 아침을 먹고 점심을 먹고 탱자탱자 티비를 보다 옷을 줏어입고 대치역에 갔다. 여전히 치과는 나같은 아이들이 즐비했고 한때 나처럼 속 썩혔던 아새끼들도 넘쳐났다. 내가 가는 날에만 그렇게 피가튀기는 듯한 말이 오가나 했더니만 원래 그곳은 항상 그렇게 피가 튀기는 전쟁터였다는 걸 오늘에야 깨달았다. 간호사 언니한테 이것저것 물어보고. 언니 이쁘시네요 이런것부터 ㅋㅋ 장난이고 앞으로 내 수술일정이 어떻게 될지 뭐 이런것들을 물어봤다.
대치역에서 한바탕 이빨 실컷 쪼이고 피부과에서 피부관리를 받았다. 피부관리를 받고보니 배가 고팠다. 패스트푸드보다는 슬로우푸드가 좋고 슬로우 푸드는 정말 슬로우하게 나오므로 그 중간을 지키는 음식을 찾았다. 뭐 많은 음식을 아는 것 처럼 이야기했지만, 음식에 대해 쥐털만큼도 아는것은 없다. 그냥 차려주는 음식 감사하게 받아먹고. 뭔 쓰레기니 개 맛없다니 이런 어린노무새퀴같은 밥상 투정은 코흘리게 찔찔이 때부터 딱지뗀지 오래다. 동석하고 있는 상대방이 반찬투정할때면 진심 얼굴한데 후려 쳐주고 싶다.
혼자 밥을 먹는건 상당히 익숙하다. 학교다닐 때만 해도 파스타집에 커플끼리 쌍쌍으로 자리 잡고 앉아 서로 조물조물 하고 있는 모습도 꼴사납고 그들 앞에 내가 서 있다는 것에 쪽팔려서 그랬는지 식당에 혼자 자리잡고 밥먹기가 힘들었는데. 언제그랬냐는 듯이 혼자 쩝쩝대면서 알바한테 이렇게 저렇게 해달라고 까탈스럽게 요구를 하기도 한다. 역시 손님은 왕이니까.
통장에서 만원을 뽑이니까 수수료 250원에 완벽한 파신이 됬다. 와우. 깔끔하네. 월급의 8할이 적금으로 들어가니 그럴 수 밖에. 다음달 까지 거지로 살면 되겠구만. 이렇게 저렇게 돈을 뽑고 베트남 쌀국수집에 갔다. 예전에 알바한 기억도 있고 편한 의자에서 앉아서 밥을 먹고 싶기도 했고. 맥도날드를 먹기엔 내 위가 너무 불쌍하기도 하고...
혼자 땀뻘뻘 흘리면서 국수를 흡입하고 후딱 돈내고 집으로 왔다. 이런게 행복이지. 어짜피 인생 혼자. 하루를 살더라도 행복하고 인간답게 살 수만 있다면 내 모든 것을 걸고 싶다.
동의보감인가 무슨 조선 오랜 책에서 약보보단 식보요 식보보단 행보라고 했다. 비싼 약을 해다 자시는 것보다 머슴같은 밥이 우선이요 머슴같은 밥보다는 운동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뜻이라는데. 어느정도 맛는 말 같다. 볼품없이 내가 차린 2프로 아니 2천만 프로 부족한 밥상과 약간의 운동만 있으면 내 품위 유지하는데는 큰 지장이 없는 것 같다.
사람이란 정말 소유할 수는 없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도 행복하다. 나만보자. 일단 나부터 챙기고 남을 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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